Gallery DOS, Seoul, Korea
Jul 10, 2019 - Jul 16, 2019
사각에 내재된 불완전함의 발현
(갤러리 도스 김선재)
우리 자신을 포함하여 세상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만큼 인간에게는 세상에 존재하는 미지의 것을 추구하려는 심리가 있으며 이는 곧 삶의 과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인은 명확하지 않고 불완전한 이미지들을 통해 잠재된 이미지를 드러낸다. 우리가 알 수 없거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 경험하지 못한 것 등에 대해 작은 사각의 프레임 안에 중첩된 선들의 드로잉으로 표현한다. 수직, 수평의 선이 만나 면을 이루듯 삶 또한 보이지 않는 다양한 관계들이 얽혀 만들어진다. 작가는 인간이 불완전한 실체임을 전제로 회화의 매체적 특성인 사각형의 틀을 재해석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거나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모든 조형예술은 공간 없이 존재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사각형은 애초 자연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인간의 이성적 사고가 만들어낸 상징적인 공간의 형태로 볼 수 있다. 작가는 캔버스 자체를 공간이 내재된 다층적 구조로 보고 이를 무수히 많은 사각의 면들이 누적된 집합체로 인식한다. 원근법적 환영에 의존하기보다는 직접적인 시지각적 대상으로 보고 중첩된 선들로 공간의 깊이를 가시화한다. 작품은 한 화면에 여러 개의 층으로 구성된 면과 드로잉의 선을 통해 시간성이 동시에 보이는 구조를 가진다. 축적되는 레이어들은 일상의 반복처럼 무의미해 보이지만 작가는 오히려 완결되지 않는 불완전한 작업 과정을 통해 회화가 지닌 사각의 평면에 대한 인식의 확장을 가져오고 표현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다.
공간의 사각 형태가 형식적인 측면에서의 외적 구조라면 손끝의 촉각적 감각으로 그어진 억양이 있는 선들은 본인의 감정과 정서가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내용적인 측면을 갖는다. 작가는 화면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반복적 행위를 거듭하여 작품을 완성해나간다. 존재의 흔적은 우연히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작가의 손에서 나온 수많은 선과 면들은 굵기와 방향, 속도 등을 가지고 화면에 연속적으로 움직이며 작가의 생각, 느낌, 충동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이는 자국의 교차뿐만이 아니라 삶에 대한 사유가 담긴 혼란스러운 내면과도 동일시된다. 반복은 규칙성을 암시하지만 결국 작품의 전반적인 리듬과 생명력에 기여하여 감각적으로 사용된다. 이처럼 하지인의 작품은 미묘한 움직임과 생동감을 보여주면서 계속해서 되풀이될 흔적을 남기는 행위가 자아와 실존의 발견을 위함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작가에게 사각의 프레임은 삶이 축약된 공간과 같다. 작품에서의 공간 표현은 평면을 어떻게 보고 또한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되며 이는 현재 일상으로까지 연장된다. 작가의 근원적인 불안감은 인간이 지닌 불완전함에 있으며 보이지 않는 이면에 대한 결핍을 충족하기 위한 이미지의 변형은 중첩에 의해 레이어를 겹겹이 쌓아가는 작업의 형태로 드러난다. 캔버스 화면 위에 유사한 형태나 선의 반복으로 유연한 흐름을 표현하며 구성된 다층의 공간은 각각 상호 조응하며 긴장감 있는 화면을 이룬다. 겹쳐 떠오르는 불확실한 이미지는 내면이 외부와 발생하는 관계에서부터 나오는 것이며 그 안에는 흘러가는 시간과 변화 속에서 내일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다.